타운하우스 차단기: ‘사유지 보행로’ 논란과 득실

“주민 아니면 아파트 안으로 다니지 마”

혹시 이런 현수막, 실제로 보셨나요? 최근 ‘고가 아파트 단지내 출입로 폐쇄’ 뉴스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장면입니다. 저는 이 현수막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군요.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어떤 경계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그 경계는 사람들을 나누고, 갈등을 낳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지 간의 이기주의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동체 붕괴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단독/전원마을은 어떨까요?


아파트의 ‘성벽’과 타운하우스의 ‘울타리’

민간 타운하우스 차단기의 실제 모습. 아파트의 그것과 동일하다.
(민간 타운하우스 차단기의 실제 모습. 아파트의 그것과 동일하다.)

아파트에 길말뚝(볼라드)이 있다면, 타운하우스에는 차단기가 있습니다. 이 차단기는 입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볼 수도 있지만,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발적인 분리와 단절은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보았습니다.


‘타운하우스 차단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엄밀히 말해 타운하우스 내 통행로는 법적으로 그들 땅이 맞습니다. 제가 200곳 이상 답사한 전원마을 중 약 70%는 도로 지분을 함께 구매하는 민간 타운하우스였죠. 이러한 부동산 계약은 토지 소유권에 따라 입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합니다.

민간 타운하우스는 도로 지분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입주민들이 차단기 설치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자유도 있다.

  • 차단기 설치의 효용, 혹은 장점
    • 첫째, 사유재산 보호의 측면입니다. 타운하우스 내 도로는 엄연히 입주민들의 소유한 사유지이므로, 외부인의 무단 통행을 막을 권리가 있습니다.
    • 둘째, 안전 문제입니다. 외부 차량이나 보행자가 무분별하게 진입할 경우 입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셋째, 시설물 유지관리의 책임입니다. 사유지 도로의 관리 비용을 입주민이 오롯히 부담하기 때문에, 외부인의 사용을 제한하여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차단기, 스스로 부동산 가치를 깎는 자충수일 수도

대한민국 모든 단독, 전원주택, 타운하우스가 가진 ‘숙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환금성’, 또는 ‘거래 불확실성’ 문제죠. 그중에서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 곳들은 유독 ‘민간 타운하우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어쩌면 이 ‘타운하우스 차단기’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 외부와 단절, 차단한 마을들.
상품을 사줄 소비자의 이동 경로까지 막고 있는 것은 아닐지?!

  • 만일 민간 타운하우스의 차단기를 걷어낸다면?
    • 첫째, 부동산 가치 상승의 효과가 기대됩니다. 외부인도 자유롭게 구경하며 ‘매력적인 마을’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결국 그 마을의 단독/전원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되죠.
    • 둘째, 마을이 늙지 않습니다. 아파트건 타운하우스건 반드시 구축이 되고 시설물은 노후해집니다. 폐쇄적인 환경에서는 그 속도가 더욱 빠르죠. 그 마을의 병들고 아픈 곳을 봐 줄 사람이 그만큼 더 적기 때문입니다. 특히 민간 타운하우스의 경우 LH필지 대비, 모든 내부 시설물을 입주민 스스로 관리해야 하므로 그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죠.
    • 셋째, 범죄 예방의 효과입니다. 외부인의 적절한 왕래가 오히려 범죄자들에게는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여, 폐쇄된 공간보다 안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계, 타운하우스의 울타리 – 그 너머를 생각하다 💭

구분아파트의 ‘경계’타운하우스의 ‘울타리’
특징물리적, 심리적 ‘벽’소통과 교류를 위한 ‘문’
문제점공동체 붕괴, 이웃 간 갈등부동산 가치 하락, 관리의 양면성
해결방향상생과 공존을 위한 개방가치를 알리려면 문을 열어야

이번 아파트 보행로 논란은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입니다. 최근들어 아파트의 경계는 점차 높아지고, 타운하우스울타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만들어진 성벽일까요, 아니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일까요?


‘아, 이 마을에 살고 싶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우연히 봤습니다. 한 단독주택 마당에서 아빠가 아들과 함께 모닥불을 지펴놓고 놀고있는 모습을요. 그 때 제가 내뱉었던 말이 바로 저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단순합니다. 부동산 매매라는 중대한 결정은 때론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장면, 딱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오랜 시간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단독/전원주택과 전원마을을 만나왔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집의 가치는 단순한 면적이나 시세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내가 사는 동네란 모두와 함께하는 게 좋을지, 프라이빗한 마을로 남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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